펫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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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희철


펫비지니스 칼럼니스트
공인회계사(CPA)
캐나다 킹스턴에 위치한 퀸스대학(Queen's University) 경영대학 졸업
가장 건강한 반려동물 먹거리만을 공급하고자 업계에 들어왔다.
올네이쳐코리아 대표이사



국내에서 개최되었던 펫박람회들에 다녀간 반려인들이라면 한가지 트랜드가 특히 눈에 띄었을 것 이다. 바로 프리미엄 동결건조 사료의 꾸준한 증가세이다. 그동안 동결건조 사료를 직접 접해본 적이 없거나 급여해 보지 못한 반려인들은 먼저 동결건조 사료의 높은 가격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박람회 기간 중 긴 줄에 서서 동결건조 사료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놀라곤 한다. 도대체 반려인들은 왜 일반 사료에 비해서 월등히 비싼 동결건조 사료에 열광하는지 궁금해 하면서 말이다. 동결건조 사료(freeze-dried pet food)는 전혀 가공하지 않은 생고기를 주원료로 하여 만든 냉동 생식사료와 함께 현재 북미에서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생식 펫푸드(raw pet food) 카테고리에 속하는 펫푸드이다. 기존의 익스트루젼 사료의 경제성과 동결건조 사료의 장점을 합친 키블 플러스(Kibble +) 사료 또한 생식 펫푸드 카테고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달에는 생식 펫푸드가 왜 반려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고, 어떻게 고성장 펫푸드 카테고리로 자리잡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계속되는 생식 펫푸드의 성장세


지난달 Petfoodindustry 매거진에는 최근 몇 년간 생식 펫푸드의 비약적 성장 관련한 기사가 실렸다. 세계적인 소비재 시장조사 기관인 GfK의 자료를 인용한 이 기사에 의하면 2013년도부터 2017년까지 생식 펫푸드는 약 3배 가까이 성장하면서 반려인들의 생식에 대한 큰 관심을 증명해줬다(수치로는 6천 4백만 달러 에서 1억 9천 5백만 달러로 성장). 참고로 전체 생식 펫푸드 중 냉동 생식사료는 그간 일부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2016년에서 2017년 기간 동안 약 16%의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이 생식 펫푸드를 취급하는 펫용품 소매점 또한 꾸준히 늘고 있는데, 2013년에는 미국의 소매점들 중 50%가 생식사료를 취급한 반면, 2017년에는 그 수가 69%에 육박하였다. 판매하는 생식사료의 가지 수 또한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이다. 실제로 북미의 펫용품샵에서 냉동 생식사료를 보관하는 냉동고를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생식 펫푸드의 성장은 비단 북미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취급상 어려운 점과 반려인들의 선호도가 낮은 이유로 냉동 생식 사료를 취급하는 업체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접근성과 보관성이 뛰어난 동결건조 사료는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이미 프라이멀(Primal)로즈(Raws)와 같이 북미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이 공식 수입되어 손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이밖에 호주산과 뉴질랜드산 제품들 또한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만 생식 펫푸드가 고가의 제품들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사료급여를 상대적으로 적게 급여해도 되는 소형 반려견 이나 반려묘 사료 위주로 각광받고 있다.



반려인들은 왜 생식 펫푸드를 찾는가?


생식 펫푸드를 홍보하는 펫푸드 기업들이나 생식 펫푸드를 선호하는 반려인들은 기본적으로 반려견과 반려묘의 조상이 육식동물이라는 점을 근거로, 육식동물이 섭취하는 먹잇감(prey)에 가까운 펫푸드가 반려동물의 건강에 가장 적합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유전학적으로 보았을 때 반려견의 DNA는 늑대의 DNA와 99.9% 일치한다고 알려져 있다. 반려묘는 실제로 고양이과의 육식동물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탄수화물 소화력이나 대사능력이 떨어지고 과잉 섭취하였을 경우 비만과 당뇨가 유발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생식 위주의 급여가 반려동물에게 가장 적합한가에 대해서는(특히 반려견에 대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반려견과 반려묘 모두 동물성 단백질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많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오메가3가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사람의 경우 식물에서 추출을 했든 연어와 같은 동물성 오메가3이든, 모두 체내에서 불포화지방산으로 변환되어 건강상 많은 혜택을 주지만, 반려견과 반려묘의 체내 에서는 동물성 오메가3만이 불포화 지방산으로써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꼭 동물성 오메가3를 섭취해야 한다.


생식 펫푸드에 있어서 반려인들이 실질적으로 느끼는 가장 큰 장점은 아마도 높은 기호성일 것 이다. 이는 얼린 생식사료이든 동결건조 사료이든 마찬가지인데, 어떠한 인공 향미제로도 대체하기 힘든 고기 본래의 향과 맛이 높은 기호성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이유로 반려동물이 기존의 사료를 기피해서 고생을 해본 경험이 있는 반려인들에게는 생식사료는 단비와도 같은 존재일 때 가 많다. 특히 입맛이 까다로운 반려묘를 키우는 반려인들에게는 생식사료는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식 펫푸드가 풀어야 할 숙제들


첫째, 고비용 구조문제다.
생식 펫푸드 저변화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받는 것은 가격이다. 기존 사료의 2~3배가 넘는 생식 펫푸드의 가격은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기존의 키블과 동결건조 사료를 섞어서 만든 사료(소위 Kibble +, 키블 플러스) 제품들이 출시되어 소비자들의 높은 반향을 얻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생식사료의 고비용 구조를 해결하려면 저변 확대가 더 많이 되어 제조사들이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취약한 위생문제다.
기존의 익스투루젼 사료와는 달리, 생식사료는 살모넬라와 같은 세균의 증식문제가 늘 고민거리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생식사료 업체들은 철저하게 매뉴얼화 된 프로세스를 통해 위생관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식사료에서 세균이 발견되어 리콜을 실시한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을 정도로, 생식사료 전문기업에서도 가공하지 않은 생고기를 취급할 때 위험도가 따른다. 특히, 생고기의 경우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 상온에 오래 노출될 경우 세균증식이 빠르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수의사나 전문가의 조언을 꼭 받고 생식급여를 진행해야 한다. 이는 전문 펫푸드업체가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 생식을 급여할 경우, 제품 구매부터 신선도 유지 및 급여하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위생문제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힘을 실어준다.



글을 마치면서


반려견과 반려묘를 가족같이 생각하는 펫펨족들이 늘어나고 있고, 반려동물의 건강에 관해서는 어느 세대보다 관심이 많은 밀레니얼 세대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오늘날, 생식 펫푸드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많은 반려인들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조건들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많은 생식 펫푸드 업체들이 이야기 하는 “반려견과 반려묘의 조상들(육식동물)이 섭취하였던 음식물에 가장 가까운 사료가 가장 적합한 사료”라는 생각은 많은 반려인들에게 계속해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 생식 사료에서 발생하는 리콜 사태와 개인들이 생식사료를 직접 만들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생문제 때문에 생식 펫푸드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들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의 건강에 적합한 펫푸드를 찾으려는 욕구가 더욱더 증가하고 있는 오늘날, 생식 펫푸드의 전망은 결코 어둡다 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