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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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소망하는 것들

yahopet · 2018. 3. 17. 17:49

글 / 제니하 애견칼럼니스트




일월, 말라뮤트가 뿜어내는 하얀 콧김이 얼음장 유리창에 서리를 만듭니다. 

겨울바라기인 썰매견 후예들은 천지가 하얗게 되는 날 뛰어 나갈 채비를 갖추고 숨을 고릅니다. 


이월엔 이 땅의 삽살개들이 기운을 모아 미풍양속처럼 액운을 물리치고 호운을 불려주길 바랍니다. 


삼월은 국화빵 얼굴 시츄를 닮아 봄날처럼 귀염이 터질 듯 만개합니다. 

만물의 기상을 반려견들은 귀를 쫑긋할 때마다 일찌감치 들어 알고 있었다며, 국화 이미지를 벗어나는 듯 성장이 속도를 냅니다.


사월은 실험용 케이지에 갇혀 눈믈 흘리는 비글이 "이건 거짓말이지?"라고 항변합니다.

그들이 처한 환경에 "만우절 장난이었다" 소리치며 해방 시켜주고 싶습니다.


오월은 리트리버가 꽃봉오리에 눈길을 주고 잔디에 코를 박고 구르는 달콤한 기운의 달입니다. 

유독 리트리버는 일년 열두달 꼭 한번 함게 살고 싶은 '나의 워너비'가 되었습니다. 


"유월아" 뭐라고 불러도 이름이 되는 진도개 유월씨가 산천을 돌아다니고 싶어 안달을 냅니다. 

다시 새롭게 한 해가 왔고 1월, 2월, 3월... 달력이 넘어갈테고 "나의 1년은 너의 7년이 되는구나"

어리숙하니 셈을 따지자니 조바심이 날테지요.





칠월이면 물놀이로 신날 때입니다. 

개라고 다 개헤엄이 능수능란하진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팔월 짱짱한 태양과 한바탕 겨루기라도 해야 할 판입니다. 

지쳐 포기하든지 아스팔트 아지랑이라도 밟을지 자주 고민에 휩싸입니다. 

견주의 설레발에 반려견들이 이내 제 풀에 지쳐 잠을 청합니다. 

선풍기 모터가 뜨겁게 돌아가며 윙윙대는데 그게 늘어진 자장가 같습니다. 


구월이여, 모두가 살찐는 가을날이여!

길지 않아서 더 아쉬운 선선한 날들마다 끼니가 곱이 되어 너도 나도 살이 오릅니다. 


닥스훈트가 시월을 밟습니다. 서함이 눈곱만큼 피어 오르는 흙이 묻을 새라 배에 힘을 잔뜩 줍니다. 예년과 같이 '너와 나의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갈 것입니다.


'나의 두 달과 너의 두어 해'를 남겨놓고 또 똑같은 후회와 반성을 하며 한심해 할지도 모릅니다만,

아직은 한 해의 첫 달, 10의 후회를 9로 줄여보려 노력하겠습니다.

거기엔 '너와 내가 함께하는 시간과 추억'도 플러스 하도록 애쓰겠단 의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칠, 팔월 '휴가철 유기견은 더 이상 없기를' 소망 리스트에 넣어둡니다.